본문 바로가기

das Leben

나의 시간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다짐했었지만, 3월 중순인 지금까지 시간을 거치면서, 나는 다시금 불안 속에서 나를 옥죄고 있었다.

나는 나에게 전혀 다정한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 친절하지도 못 하다. 이제는 남들이 나에게 시간의 압박을 가하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반대로 나 스스로가 나에게 참 못 되게 군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 작년 12월부터 3개월간 입사 과정과 준비기간을 거치면서 전력을 다 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는데, 한순간에 목표가 사라짐으로써, 삶을 지탱하고 있던 의미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 공허함 속에서 시간의 흐름은 다르게 흘렀다. 움직이는 대상의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리듯, 나의 마음을 휘젓는 불안과 우울으로부터 파생된 감정들은 마음의 변화하는 속도를 가속화시켜 내면의 시공간을 왜곡시켰고, 시간이 무겁게 느껴졌다. 무거운 끌림의 끝은 나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언제나 본질에 닿는 경험은 나를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어둠을 마주하게 된다는 위험성 또한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본질적인 것일수록 양가적인 것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모순을 이해하는 것이 삶의 숙제인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건만, 그 앞에 부딪히니 나는 아직 속절없이 당하는 약해빠진 인간일 뿐이었다.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사랑을 발견하면 좋으련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최근에 고층으로 이사 왔는데, 집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가끔씩은 창 너머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도 든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생각에 대해서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무기력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은 이 상태를 조금은 벗어나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았겠지.

 

지금은 별로 살고 싶은 마음도 죽고 싶은 마음도,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면서 살고 있다.

나는 나의 시간을 고수하고 싶다.

 

계속해서 남들이 흐르는 시간에 나를 동기화하다 보니, 내 시스템이 망가져 버렸다.

'das Leb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에서 폭력까지  (0) 2020.03.19
2020년 2월 23일  (0) 2020.02.23
학교 사회복무요원 1년  (0) 2019.02.23
The way of learning German A1.1  (0) 2019.01.30
A piece of thoughts  (0) 2019.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