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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남미

지금부터, 여행


2016년 3월 29일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2년전, 자기도 마추픽추를 보러가고 싶다며
함께하자고 제안한 후배와 함께.

심장의 자기주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 무척 뛰고 있어요!

나 설레요!


여행은 일단 비행기표를 끊고 

시작되는 거니까


.

.


그 전까지는 

온갖 생각이 다 든다.

부모님의 허락이며,

돈이며,

가기 전까지의 준비며,

가서는 어떻게 할 것이며,

다녀 와서는 뭘 할 것이며,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까지.


그래서 사실은 여행을 망설였다.

모든 부분에서.


그치만,

머리속의 생각들은

몸이 원하는 움직임 까지는

제어하지 못 했다.


내 눈은

남미 왕복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좋은 가격의 비행기표에 반응했고,


내 손은

무엇보다도 빠르고 정확했다.


내 발은

떨리고 있었으며,


내 심장은

가장 뜨거웠다.


.

.


나와 후배는

조용한 북카페에서

미친듯한 기쁨의 환호를

소리는 내지 못 하고 

몸짓으로 표현했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고

만날때마다 이야기하니

이렇게 실현되는 구나"


정말 신기하다고,

진짜 신기하다고

우리 진짜 가는거 맞냐며 

바보 처럼 웃었다.


.

.


2016년 7월 23일

'아들입니다. 전화주세요'


함께가기로 한 후배는

군대에 있다.


전역 3일 후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는 

떠나기로 약속했다.


안그래도 이제 슬슬

여행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연락 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를 귀에 대고

후배의 음성을 듣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찾아왔다.

( 이런건 참 기가 막히게도 안다


집안의 경제사정으로 인해

여행을 함께하지 못한다고 한다.


나는 침착했다.

왜인지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인 마냥 

아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미안하다는 후배에게 

미안 해 할 필요 없다고

혼자 가면 된다고 씩씩하게 전화를 끊었다.


.

.


두가지가 나를

불안하게, 외롭게 했다.


1. 남미의 안 좋은 치안사정

2. 좋은것을 보고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바로 옆에서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


남미의 안 좋은 치안사정은

미리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안전을 위한 수칙을 정해 지키기로 다짐했다.


원래 계획성 없이 

마주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나는

밤을 사랑하고, 걷기를 사랑하지만


그 곳에서는 나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 연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좋은것을 보고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한 외로움은


오히려 이번 여행이 

온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하는 여행이 된다는 것에 있어서

바로 기쁨으로 전환되었다.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고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이 될 것 같아서


이 확신이 들어서

' 그 겨울, 남미 ' 라는 카테고리로

남미 여행에 대한 

감정, 일정, 정보,, 등 사소한 모든 것들을 다 기록 하기로 했다.


.

.


저를 응원 해 주시고,

지금부터 시작된 여행의 끝까지

함께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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