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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Film

Billy Elliot, 2000




1. 빌리와 나




  먼저, 주인공 빌리의 조금은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에 놀라게 되었다. 어린나이에 그런 '용기' 는 어디서 난 것일까. 발레라는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컸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 주변의 시선,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 함까지 포기 할 수 있을만한 여러가지 조건들이 제시 됨에도 불구하고, 마을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집 화장실에서 몰래 아라베스크 동작을 연습하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책을 빌리는 과정 조차 쉽지는 않았다.


11살 소년의 처음 경험하게되는 꿈이었기 때문에 그런것일까.

좌절과 아픔. 그 사이에 선생님과도 마찰이 있지만,

어른이 그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보다 빌리는 더 어른 다웠다.

영화가 다 담아내지 못 한 부분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 자유함과 용기는 잊을 수 없다.

나에게 음악이 그와 같다. 

감내할것들이 너무 많지만

연주를 할 때 자유하다.


빌리가 로열발레스쿨에서 면접을 볼 때,

'춤을 출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Don't know. Sort of feels good. 

It's sort of stiff and that, but once I get going, then I forget everything.

And, sort of disappear. Sort of disappear.

Like I feel a change in me whole body.

Like there's fire in me body.

I'm just there, flying.

Like a bird.

Like electricity.

Yeah.

Like electricity.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그 짜릿함과 자유함을 

11세 소년의 감성으로 정직하게 표현한다.


내게도 그렇다.

내가 춤과 음악을 사랑하게 된 이유이다.

그 안에서 나는 자유하고

나 스스로 나를 존중하고 인정하게 된다.



2. 탄광촌의 인물들




빌리엘리어트를 보고,

빌리와 발레를 주제 삼기에는 섭섭한 것이 참 많다.


빌리의 할머니, 아버지, 형, 그리고, 어머니.

탄광촌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인물묘사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납득하게 된다.


발레 선생님, 그리고 그의 딸과 그려낸 10대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


영국의 탄광촌 배경.

꽃 하나 없을 것 같은 그 곳에서 발레라는 소재.


어쩌면, 겉으로 드러나는 빌리의 도전과 발레라는 소재를 통해

그 시대상과 그로 인한 아픔을 지닌

사람들의 묘사가 주된 목적이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 해 본다.


빌리엘리어트는

꿈 뿐만 아니라

아버지, 가족, 시대상.

그로인한 아픔, 분노 의 키워드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와 형은 노동조합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

앞장서서 그 싸움을 주도하는 모습이 영화의 초반에 표현된다.


임금인상과 보다 나은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운동.

지금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빗대어 생각 해 볼 때,

영화의 소재가 지금보다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은 사람 이구나' 를 느낀 대목이었다.


가진자들은 아래 세상을 이해하지 못 한다.

그리고, 돈으로 사회적약자의 권리를 빼앗는다.

빼앗긴 권리에 분노하며 권리를 주장하면,

더 큰 힘으로 좌절감을 안기어준다.

무한경쟁중의, 자본주의의 단상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아버지와 형은 인생을 내걸었다.

당장에 벌수있는 돈이 없지만, 탄광촌을 위해

인부들의 마땅한 권리를 위해

목숨을 다해 싸운다.


그치만, 빌리의 발레에 대한 재능을 본 아버지는 로열발레스쿨에 입학시키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노동조합의 신념을 져버리고, 마치 목숨을 대가로 치르듯이.

모욕과 비난에도 무릅쓰고, 탄광촌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신념과 행동이 반대 됨으로 인해 오는 괴리감이

씁쓸한 표정위에 눈물로 표현된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저려서 나는 눈물같았다.


소수의 노동조합에서 탈퇴한 사람들이 타는 탄광촌으로 가는 버스는 

항상 노동운동의 현장을 가로질러 간다.

배신자라는 말과 보다 더한 욕설들과 함께 폭력적인 그 현장을

버스는 가로질러 간다.


여전히 노동운동 현장에서 노동권을 주장하고 있는 빌리의 형은

버스에 탄 아버지를 보고

탄광촌 울타리를 넘어 아버지를 향해 달린다.

아버지의 앞길을 막고

부둥켜 앉으며 말한다.

동생 빌리를 위해 같이 돈을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찡했다. 형도 동생 빌리를 위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 순간 알았고,

아버지의 신념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리고 그 후 아버지는 고히 간직 했던

아내의 유품을 전당포에 가지고간다.


빌리를 위해.



3. 로열발레스쿨을 향해


앞서 설명한 장면 이후에 빌리는 

로열발레스쿨에 아버지와 함께 면접을 보러간다.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왜, 면접장에서 신체검사를 하고 빌리는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고 아버지에게 이야기 한 것일까?


자신의 집안 사정을 알기에!?

꿈을 접는것이 가족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아니면, 실제 로열발레스쿨에 가보니 위엄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 해 보였기 때문일까?

낯선환경에 처음 마주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빌리는 오디션장에 들어간다.

하지만, 음악이 나왔는데도 10초간 면접관들 앞에 멍하니 서 있다.

그치만 곧 그는

그의 인생사 10년을 이야기 하듯 춤사위를 펼친다.

탭댄스와 발레가 결합된 형태로

신나는 리듬과 몸이 기억하는 자유함을 따라

망설임없이 표현한다.


'참 자유하다. 때묻지 않았다.' 라는 말이 절로나온다.


로열발레스쿨에 들어가기위해 실력이 부족해서 자신은 안될거라는 빌리의 말에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No. Look, they're not interested in how much ballet you know.

They teach you that. That's why they're a ballet school.

It's how you move and how you express yourself that's important.


움직임. 그 표현의 가능성을 본다는 것이었다.


빌리가 춤과 하나되며 느끼는 자유와 억눌렸던 움직임의 표현들을

지켜본 선생님은 그를 꿰뚫어 본 것이다.


4. 탄광촌 엘리베이터와 백조의 호수 




아버지와 형은 빌리를 런던에 보내고,

탄광촌 지하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에 오른다.

아마, 이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말할 수 없는 먹먹함을 느꼈으리라 본다.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먹먹함이면 충분하다.


이 영화는 이 장면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실 무던히도 애를 쓴것이다.


시대상, 가족의 환경.

그 가운데 발레라는 꿈을 꾸는 소년을 통해.


그 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백조의 호수.

그 웅장한 음악과 함께


점프-


누적된 감정들이

한두가닥 눈물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왈칵.





5. 어머니의 편지


빌리가 꿈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용기의 근원에 대해 궁금했는데,

글을쓰다 보니 깜박한것이 있었다.


바로, 어머니의 편지.


160604

Wurze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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